소현은 힘이 들 때마다 점집을 찾았다. 소현은 의지할 곳이 없었다. 소현 인생의 모든 선택은 점집과 함께 했다. 소현은 그런 성격이었다. 그들만이 소현에게 의지하고 살아 갈 힘이 되었다. 어떤 걸 해야 먹고는 살 수 있는지, 좋은 남자는 대체 언제 만날 수 있는지, 큰 돈을 벌 수는 있는건지, 우리집이 언제까지 이렇게 지지리 궁상일 수가 있는건지... 내가 원하는 대답을 못 들으면 바로 용하다는 점집을 알아봐 두개를 비교하며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듣고는 내가 믿고 싶은대로 믿곤 했다.
소현은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이 극히 드물다. 왜 소현에게만 남자들이 다가오지 않는지 궁금했지만, 그냥 그녀는 언젠가는 남자가 나타날 거라 믿었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용한 부적을 하나 쓰면 되니까.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소현이 29살이 된 어느 날, 돈 벌이도 없고, 남자도 없어 용하다는 점집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보이는 점집은 평범한 주택. 다녀본 점집중에는 겉모습이 평범하지 않은 곳은 없다. 다만 깃발로 점집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이번 집도 그랬다. 평범한 주택에 꽂혀있는 깃발. 소현은 전화로 예약한 시간에 맞춰 점집으로 들어갔다. 댕기머리를 땋고, 한복을 곱게 입은 남자가 소현을 맞이했다. 소현이 제 시간에 제 발로 찾아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대뜸 잘 왔다고 말하는 이 댕기머리는 대뜸 남자가 없어서 왔구나 했다. 소현은 씨발놈. 어떻게 알았지? "아씨발 너무 남자 없는 게 얼굴에 티가 났나" 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꼴에 자존심이라고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댕기머리는 소현에게 흙을 만져야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소현은 생각했다. 흙? 흙을 어디서 만지지? 공사판 노가다로 뛰어서 흙을 만져야 하나? 잡생각이 머무르고 있는데 댕기머리가 한 마디 더 날린다.
꽃을 배우세요. 꽃. 꽃??? 꽃이라고는 1도 모르는 소현은 무슨 잡소리를 이렇게도 지껄이나 여기가 용한 곳이 맞긴 한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흙, 꽃? 두단어를 듣고 소현은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