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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실습 14

쌩뚱맞게 대표원장님이 라운딩을 돌며
내 신상을 물어본다.
갑자기? 결혼 안 한 줄 알았는데
애가 있다고?
아들이냐고, 딸이냐고?
몇 살이냐고?
나한테 왜 이제서야 관심?
이름은 안 물어볼 줄 알았다.
나도 나한테 관심 없는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금요일이라 조금은 신이 났다.
토요일, 일요일은 안나오니까
또 월요일이 되면 할 일이 산더미겠지만
아무도 수액을 까놓지 않고,
아무도 이불을 채워넣지 않고,
아무도 가운을 채워넣지 않겠지.
나는 왜 여기만 오면 머리가 아픈 것 같지.
기분 탓이겠지.
내 이름 한 명 알아주려고 하지 않는 병원에서
난 무얼 기대한거지…
역시 사람은 권력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하고 힘이 있어야 한다.
인생 밑바닥 깨우치고 배우기 참 힘드네
요즘 읽고있는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세상 저 밑바닥을 내가 경험하는 중이겠지.
짬짬이 그리고 아이가 잠이 들면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는 게 유일한 낙이 되었지만
간호조무사라는 이 사회구조의 인식 상
참 빨리 실습을 끝내고
나의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쫒지 않고 일하니 힘이 없고
역시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최고인가보다.
나도 가난의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내가 조금 더 노력해야겠지.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마음 다시 잡고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