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20
월요일 아침이 다가온다.
일요일 저녁 8시쯤부터 생각한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역시 내 바람은 먹힐 일이 없다.
시간은 재깍재깍 잘도 흐른다.
어김없이 금요일은 가고, 월요일은 다시 찾아온다.
여자들이 많은 소굴은 정말 무섭다.
서로 뒤에서는 날선 대화와 욕을 하고,
앞에서는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한다.
내 상식선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얼마 전 간호조무사 한 명이 퇴사통보를 했다.
이유는 건강악화였으나, 아무도 안 잡는 걸 봐서
다른 사람들도 퇴사를 원했나보다.
건강이 괜찮아지면 다시 돌아온다던데,
인원을 충원해달라니까 간호과장님은
그만둔 간호조무사와 건강이 나아지면
다시 근무하게 해준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어기고 어떻게 인원을 충원하겠냐고
했다고 한다.
그럼 남아있는 직원들은 그 간호조무사가 건강해지라고 달밤에 기도라도 해야하는건가?
그러면서 그 직원이 다시 돌아왔는데도
일을 잘 못하면 하나하나 잘못된 점을
일일이 체크했다가 본인에게 보고하라고 한다.
간호과장이 이상한건지,
버티고 있는 직원들이 이상한건지,
이런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만 있어야 하는
내가 이상한건지,
어떻게 굴러가는 병원인지 모르겠다.
원장은 맘카페에 소문이 잘 나서
환자들은 미어터지는데
모르겠지, 그 원장이 직원과 보호자들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나도 실습히기 전에는 몰랐으니까.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한다.
그리고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제일 무섭다.
오늘이 세월호 9주기던데
모든 희생자들을 마음으로 애도한다.
그 때는 내가 아기엄마가 아니라서
우리엄마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보며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가슴으로 와닿지
않았는데, 역시 아이를 낳아보니
그 마음이 정말 이해가 된다.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착하게 그리고 선하게
내 아이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
하지만 실습은 여전히 너무 싫다.